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재발은 회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
고3 무렵 지인이 오픈한 하우스에서 포커와 홀덤을 재미삼아 치는 것이 도박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도박을 하게 되고 그 이후 범죄를 저지르며 돈을 마련해 도박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들어가면서 단도박을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전화와 PC 사용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친구에게 베팅을 부탁하는 등 도박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4개월 정도의 입원 생황을 마치고 단도박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단도박을 처음 시도할 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북부센터(현 서울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시맑음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G.A.모임을 일주일에 2~3회씩 나가고, 주말에는 일하며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도박을 생각할 틈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도박하면 돈을 잃든 따든 술을 마시는 알코올 문제도 함께 있었기에 병원에 입원하여 알코올 중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알코올 문제도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 생활도 점점 지쳐가고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여 ‘다시맑음 치료공동체’와 G.A.모임도 중단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무료한 시간이 많아지고 충동이 자주 올라왔지만, 센터에 매일 나가며 무료한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쾌락 추구 기질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술 마시고 유흥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패턴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외박은 기본이고 밤새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 때 시작했던 대리운전이 생활패턴을 망가지게 한 원인이 되었고 하루 일해서 번 돈으로 매일 술 마시기 바빴습니다. 도박했던 시절의 생활과 동일한 패턴이었습니다. 재발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망가지고 있는 저 자신이 감당되지 않아 다시 입원하기를 결심했습니다.
재입원을 하고 도박중독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제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입원한 후에도 치료에 집중하기보다는 병원에 같이 입원한 환우들과 친목을 도모하며 노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퇴원 후에도 병원에서 같이 지냈던 환우들과 연락하고 놀러 다니며 제 생활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망가졌습니다. 그렇게 회복이라는 단어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계속 사고치고 돌아다니면서 부모님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갔고 아버지께서는 다시 연락하지 말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한참 방황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먼저 연락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라고 용서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내 인생은 점점 더 망가질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대신 휴대폰을 압수하고 주변 지인들과 만남을 일절 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내 인생을 회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버지 말씀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아버지께서 요구하신 일은 일용직 막노동이었습니다. 몸을 힘들게 만들면 제가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다른 잡생각을 안 할 거라며 일용직을 권하셨습니다. 실제로 일용직을 시작하니 몸이 피로하기도 하고 일을 하기 위해 새벽 4~5시에 일어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가 되어 일찍 잠들 수 있어 생활패턴이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관계가 회복되어갔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평탄하게 유지되어왔지만, 사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잠깐 좋았다가도 금방 무너졌습니다. 사춘기가 오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두 달 정도 아버지와 관계가 좋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적은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기를 싫어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 들어가는 것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고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이라는 휴식처가 있어서 굉장히 행복하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게 기쁩니다.
부모님께서는 거짓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겁니다.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도박을 하면서부터 거짓말을 일삼아왔고 수차례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저의 회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아버지께서는 제가 많이 변화된 것 같다고 좋아하는 모습도 보이셨습니다.
제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습니다. 제가 도박을 하고 폐인이 되면서 동생들과의 관계도 멀어졌습니다. 동생들은 저를 사람 취급도 안 했습니다. 그래서 동생들과 관계 회복이 훨씬 어렵게 느껴졌고 불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동생들도 저를 오빠, 형처럼 대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화도 곧잘 하고 농담도 나누는 등 관계가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사실 서는 아직 회복이라는 단어와 아직 거리가 많이 멉니다. 하지만 계속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더 망가지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회복을 향해가다 실수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수를 했을 때는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다잡고 다시 일어서려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맑음 치료공동체’ 스태프 선생님 중 회복자 인턴으로 근무하시는 선생님께서 재발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재발을 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재발은 회복하는 중에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재발이 굉장히 무서웠고 아직도 무섭습니다.
“하지만 재발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이며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노력의 대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그 선생님께서는, 제가 회복을 하고 있고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회복으로 가고 있다면 우리는 평생 보게 될 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같이 회복해서 평생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저를 지켜봐 주시고 아직 부족하기에 많은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 사람이 제게 단도박과 회복을 위해 도와주신 만큼 열심히 할 것이며 저도 회복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출처: 2020년 회복자 성장대회 수기집 –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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