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재활

회복경험담

도박경험자(도박자) [성인] G.A 협심자여 내 손을 잡아요

작성일2020-12-07 조회수1305

 먼저 저에게 지금과 같은 마음의 평온함을 주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도박중독자임을 시인합니다. 제가 했던 도박 종류는 사행성게임도박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시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 지난 41년간 거짓된 삶을 살아온 것

•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온 것

• 도박을 시작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

• 사람들에게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주고 거짓으로 일관한 것

•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온 것

• 이성에게 피해를 주고 가슴 아프게 한 것

• 말만 앞세우며 살아온 것

• 남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것

• 부정적인 생각만으로 살아온 것

• 그리고 부모님께 불효한 것


 이것이 한국도박관리센터 경남센터를 알기 전, 제가 살아온 인생의 전부입니다. 센터와 함께 한지도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도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모임에 함께 하고 계시는 부모님 또한 저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계신 듯합니다. 모든 게 저에게 힘을 주신 분들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지금부터 저의 도박 인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독한 도박중독자였습니다. 도박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시절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어려서부터 도박중독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친구들과 사사로운 포커 및 훌라 등 친목 도모 게임으로 시작해 돈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박이라는 것에 서서히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기를 몇 년째, 2006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바다이야기... 친구의 권유로 발을 들이게 된 도박은 신세계와 같았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응어리가 왜 하필 그곳에서 폭발했는지. 처음에 만원으로 시작하여 하루 만에 790만원이라는 돈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몇 달은 잃는 돈보다 따는 돈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평범하던 제 삶은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집과 회사밖에 모르던 지극히 평범했던 저에게 도박이란 새로운 세계가 나타나면서 한순간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매일 당직선다는 거짓말을 하고 그 길로 성인오락실로 직행하였습니다. 부모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회사 무전기까지 들고 다니며 전화 오면 무전기 틀어놓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단 몇 달 동안 승승장구 딴 돈은 당시 제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었습니다. 이렇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니... 몇 개월 지나 더 깊은 게임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1년 만에 번 돈의 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친구는 그 게임장 직원이었고 제 신상정보를 이용해 기기를 조작했던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빚은 6천만원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리고 싶은 마음에 저는 점점 더 도박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 도박을 하기 위한 거짓말, 도박을 위한 불법 행위가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돈을 따면 빚을 갚겠다는 다짐은 돈데간데 없이 대단한 사람이 된 양 허세를 부리다가, 다시 돈을 잃으면 노숙자 생활을 하며 그렇게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제 옆을 지켜주던 사람마저 떠나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을 검색하셨고 G.A.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는 잘 지냈습니다. 그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혼이었지만 ‘가족이 생기면 더 이상 도박은 안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던 것입니다. 결혼생활은 정말 재밌게 지냈습니다. 곧 딸이 생겼고 맞벌이를 하기 위해 장모님이 거주하시며 딸을 봐주셨습니다. 와이프가 일을 일찍 마치고 오는 날이면 장모님과 같이 놀러 나가 제가 퇴근할 때쯤에도 아무도 없는 날이 많았고, 모두 잠든 시간에 집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혼자 겉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소외감이 점점 커졌습니다. 한번은 와이프에게 이야기 했다가 그런 것도 이해 못 해주냐며 크게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로또, 스포츠도박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어 대화에 합류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는 찰나 성인오락실이 보이는 겁니다. 술은 먹었고 집에 가도 외로웠던 마음에 발걸음은 무의식적으로 게임장을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자리를 잘 잡았는지 200만원 정도를 땄습니다.


 그렇게 재발의 길로 접어들면서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출장 간다는 핑계로 며칠을 집에 안 들어가기 십상이고, 초상집, 결혼식... 거짓말은 늘어만 갔습니다. 제 삶의 1순위가 게임장이 돼버렸고 점점 따는 돈보다는 잃는 돈이 더 많아졌습니다. 돈은 한정되어 있고 잃으면 본전 생각이 나서 또 하고, 돈이 없으면 온갖 거짓말로 지인에게 빌려다가 사채까지 끌어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1억에 가까운 돈을 잃기까지 불과 2개월이 안 걸렸습니다. 이자는 내야 하는데 돈은 없고 결국 회사 공금에 손을 대 감봉 6개월 처분을 받고, 부모님께 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저는 이미 전화번호도 바꾼 채 잠적한 뒤였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못가 잡혀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잠적한 동안 용기가 없어 죽지 못하는 저에게 가족은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부모님은 평생을 일한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부채를 해결해주셨습니다. 또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온 저는 한순간에 다시 도박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동료를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불법사설게임장, 관리직을 하는 저에겐 최적의 도박이었습니다. 따고 잃기를 반복하고 무분별한 대출과 사체, 지인에게 온갖 거짓말을 해가며 도박 자금을 계속해서 빌렸습니다.빌린 돈으로 유흥생활까지 했으니 당시에 저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사설게임장을 찾았습니다. 계속된 도박생활, 가족의 정리, 재발, 저의 도박생활은 멈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월급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나면 동료들에게 온갖 거짓말로 돈을 빌렸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저는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당장 써야 할 돈이라도 다음에 일어날 일은 생각지도 못하고 지갑에 돈이 마를 때까지 도박을 했습니다.


 도박문제가 다시 터진 날, 어머니는 제 눈앞에서 같이 죽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에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이길 거부했던 제 모습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집니다. 병이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치료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방법도 알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그루터기 모임’과 함께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요즘 ‘내가 왜 도박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던 거짓말, 왜 제 몸속에 거짓말이란 것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는지, 처음에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된 거짓말이 그 다음에는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고, 이후에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상처이자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도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부모님의 온갖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간 절에서 천도제를 지내고, 유명한 대가에게 최면치료도 받아보고...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고, 또다시 도박판에서 발버둥쳤습니다.


 그 후 월급과 퇴직금을 다시 모두 날리고 가출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이별하고 끝없는 추락을 하면서 저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잃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입니까!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잠시 뿐 도박에만 미쳤습니다. 그런 열성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 자신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샌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이라니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도박문제는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친구와 동료들에게 외면당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거짓과 허영심은 고단수가 되었고, 난폭해지고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은 마치 맹수 같았습니다.


 도박을 오래 하다 보니 얻은 것도 있습니다. 오기를 부려서도 방심해서도 안 되고 제일 중요한 것을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중독’, 그게 가장 큰 병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난 도박중독자가 아니다!’ 그러나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 수속을 마치고 부모님을 따라 병실로 들어서면서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입원이라도 하면 식구들이 조금 안심하겠지... 그냥 시간만 대충 보내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에도 가슴 한구석에는 쾌락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내게 메시지가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고 빛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돌이켜보면 참으로 허망한 시간이었고, 쾌락을 좇는 불나방 같은 인생을 살아온 나날들... 그 젊음과 열정을 오직 도박이란 구렁텅이에 쏟아붓고서 남은 건 썩어빠진 영혼뿐이었습니다. 입원 다음 날 간호사실에서 모임이 있으니 가보라고 알려왔습니다.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장소를 기웃거렸습니다.


 ‘어! 이거 뭐야.’


 환자라고는 나 말곤 다섯밖에 없었는데 손님은 여럿이었습니다.


 ‘환자 달랑 여섯 있는데 뭐 하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닐까?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이 생각 저 생각 하는데 머리를 숙이고 일주일을 반성하라는 말에 따라 머리를 숙였습니다. 다음으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도박중독자 000입니다. 제가 한 도박은 무엇이고 마지막으로 도박을 한 날짜는...”


 “저는 알코올 중독자 000입니다.”


 “저는 마약 중독자 000입니다.”


 이것이 제가 참석한 처음 회합이었고, 그때의 신선한 느낌은 아직 제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아니 영원히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 주 한 주 지나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내가 부정해 왔던 수많은 것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갖게 되었고, 평온한 마음도 느끼게 되었다.

 

 어느 날 밤, 문득 그동안 읽어 왔던 책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백일 고지를 향하여!』

 회합에서 함께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치곤 했는데 건성으로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첫 장을 펴보았습니다.


 ‘G.A. 협심자여 내 손을 잡아요.....’


 몇 줄의 글에서 무엇인가가 나를 구원하려고 기도하는 모습도 보았고, 내게 희망을 가지라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또 내 가슴에 멍이 치유되는 것 같은 따스한 빛도 느꼈습니다. 위대한 힘은 존재하는가?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은 분명히 있다고! 그러나 위대한 힘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 자신이라고! 혼자서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모임의 힘을 빌리라고, 당신 자신과 모임이 하나가 되었을 때 위대한 힘은 분명히 당신 곁에 존재할 것이라고.


 어느덧 수개월의 병원 생활이 끝나고 퇴원 준비를 하는데 창원에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수간호사님께서 전해주셨습니다.


 퇴원하는 길로 경남센터를 방문해서 부모님과 상담을 받았습니다. 매주 목요일에 열리고 있던 ‘그루터기 모임’이란 곳에 처음 참석을 했고, G.A.모임에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한지 두 달이 지나고부터는 그루터기 자조모임 대표직도 맡아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개인상담, 그루터기 자조모임, 기초ㆍ심화 집단 프로그램 및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였고 뒤돌아볼 새도 없이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센터에 방문했을 때와 1년 상담 후 검사 결과를 비교해보니 그래프가 제일 위에서 밑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는 제 인생을 바꿀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었습니다. 예방강사 교육이 있으니 한번 해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하셨는데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니 교육 수료나 해보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저와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예방강사로서 주된 활동은 도박사범 기소유예자들을 대상으로 도박중독에서 빠졌다가 회복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아직도 도박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들과 도박에 중독되었지만 깨우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중독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방강사 활동을 하면서 일 년이 지날 무렵 경남센터에 채용 서류를 넣고 면접에 합격하여 회복자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턴과 회복자 과정을 거치면서 저 스스로 놀랍게 단단하게 단련되어 갔으며 가족들과 같이 회복하는 과정을 순탄하게 거쳐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고통을 느낍니다. 그동안 방탕한 생활로 인해서 고통받았을 제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 죄스러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생을 사죄해도 모자라겠지요.


 또 저는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게 메시지를 보내주신 고마운 분들... 그 어두운 터널 속에서 오직 유일한 희망으로 잡은 생명 줄인 경남센터 ‘그루터기 모임’. 그 안에서 내가 쏟아 낸 아픔들, 그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 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살 것 같았는지.... 


 지금 저는 어떤 사명감을 느낍니다. 도박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그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가슴에 맴돌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지난날을 추억할 수 있을 만큼 평온해졌습니다.


“기적이 있다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박에 미쳐있던 나날들, 그로 인해 소소한 행복마저도

누리지 못했던 제 인생. 늦은 시작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스스로를 동정하고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과거는 잊고, 자신 있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제가 최악이었을 때를 기억하며 제가 받은 도움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정말 죽을힘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출처: 2020년 회복자 성장대회 수기집 –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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